평론/영화

<구로사와기요시/첸카이커> 스파이의 아내와 패왕별희 그리고 일본패망.

Panic Jo 2021. 4. 1. 21:57

오늘은 구로사와 기요시의 <스파이의 아내>와 재개봉한 첸 카이커의 <패왕별희>를 보았다. 

 

우선 장국영의 기일에 맞춰 4월 1일에 봐서 뜻깊었다.

새삼 너무 매력적이고 세상에서 제일 슬픈 눈을 가진 우희를 다시 큰 스크린에 보게 되어 너무 좋았다. 

 

두 영화 모두 배경이 공교롭게도 1945년을 거친다. ‘매국노’라는 단어가 두 곳 모두 나오고, 일본에 대한 비판과 그때 당시의 상황을 보여준다. <스파이의 아내>에서는 일본이 행했던 흑사병 실험. 인체실험 등을 국제사회에 발표하려 노력하고, <패왕별희>에서는 중국을 점령하고 문화계에서도 권력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인다. 장국영은 일본 장교 앞에서 경극을 하고 노래를 해서 심판을 받는 장면도 나온다. 

 

*희망과 절망이 동시에 보인다. 

<스파이의 아내>는 도쿄 소나타로 유명한 구로사와 기요시의 작품인데.

일본 내에서도 일본에 대한 질타와 비판의식을 볼 수 있다.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다. 일본 패망 후 여자 주인공 아오이 유우가 맡은 사토코는 정신병원에서 나와 불바다가 된 모습을 보며 훌쩍인다. 그리고 다음 컷은 펼쳐진 잔디밭에서 또 운다. 그 모습은 체제에서 벗어난 그 기쁨과 동시에 나라의 패배로 인한 슬픔이 느껴진다. 사토코의 남편. 스파이라고 부를 수 있는 유사쿠는 무역사업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서양복을 그대로 입고, 체제에 대한 반항감을 계속해서 보인다. 그 남편이 원하고 지향하는 바는 무조건 따르는 사토코의 모습이 보인다. 일본 안에서 2차 세계대전의 시민이 느낄 수 있는 또는 지식인이 느낄 수 있는 딜레마를 탁월하게 연출했다. 마지막 모습 그 폭탄으로 인해 불바다가 된 국가를 보면서 미친 듯이 울며 덤덤하게 걸으며 풀썩 앉는다. 

구로사와 기요시의 특유의 연출법. 그대로 살아있으며 재밌게 본. 좋은 작품이었다. 

 

*”난 본디 사내아이로 계집아이도 아닌데..”

다시 한번 큰 스크린으로 볼 수 있어 너무 감사하다. 장국영의 슬픈 눈, 몸짓 모두 너무 아름답고 황홀하다. 무자비하고 어지러운 역사 속에서 찬란한 문화를 경극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아역부터 시작되는 그 중국인들의 노력과 학대. 청데이. 장국영은 남자로 태어났지만 살아남기 위해 육손을 잘리고. 남성성을 죽였다. 그 여성성으로 인해 더 굴곡진 삶을 살아가는 예술인이 되었다. 패왕별희에서 결국 희생되는 건 ‘우희’인 거처럼 말이다.  평생을 패왕과 우희로 살아도 그들은 모두 힘든 상황에서 서로를 버렸다. 슬픈 눈으로 경극과 현실을 구분하기 힘들어하는 모습은 그때 당시 혼란스러운 중국인들을 보여주는 것이다. 어지러운 현실에 정체성을 잃고, 아편에 의지하기도 한다. 심지어 경극을 전통이라고 생각하며 떠받들어주지만, 새롭게 변해가는 세상에서는 반동분자라며 몰아가는 꼴도 우습고 무섭다. 그런 세태를 비판하고 등장인물 개인 모두의 현실과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너무나 잘 보여준다. 장국영의 눈빛뿐 아니라,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는 망연자실한 공리의 표정까지..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희생되고 나약한 인간 개개인들은 겨우 겨우 살아남는 슬픈 역사가 아닐까. 가슴이 아린다.

"얼마나 맞았으면 저렇게 잘할까.." 

3시간이라는 시간이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고.. 다시 봐도... 너무 좋은 영화다. 진짜 사랑해요 장국영 ㅜㅜ